[산티아고 순례길] 창작소설 까미노로 가는길 5편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이탈리아 사람 사비노와 스페인사람 빠꼬는 둘이 이야기가 가능했다. 사비노가 이탈리아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고 빠꼬가 벤자민과도 이야기를 잘 하길래 처음에 민기는 빠꼬가 이탈리아 사람인줄 알았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유를 알고보니 두 사람은 각자의 나라말로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유사성이 많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이기 때문에 마치 지역방언처럼 이야기가 통한다고 했다. 둘 다 라틴어를 기반을 했고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는 그 중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아서 쉽게 이해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서울말씨의 차이정도로 민기는 생각했다. 이렇게 추억들을 쌓아가며 마침내 부르고스라는 큰 도시에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이었던 민기였다. 이 부르고스에서 일행들은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되었다. 일본인 여행자였던 나유타는 사실 생장보다 더 먼곳에서부터 도보여행을 시작했었는데, 이 곳 부르고스에 도착하니 딱 1000km를 걸었다고 했다. 그녀는 프랑스의 조금 더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르퓌길부터 걸어왔다고 했다. 그래서 딱 1000km를 걷게 되는 곳인 이 부르고스에서 며칠 쉬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고, 마침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녀와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아쉬워 했지만,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본인이 결정해서 하는 여행이기에 아쉬운 마음들을 뒤로 숨긴채, 나유타와 일행들은 이별을 했다. 국적도 다르고 이 순간들이 너무 즐거웠기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크게 아쉬웠지만,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기점이 아닌가하고 민기는 생각했다. 그리고 민기는 나유타의 소신있는 결정을 보면서 자신이 이곳에 왔던 이유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이곳에 왜 왔을까?’
‘와서 지금은 뭘 얻었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남들처럼이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하고싶은 만큼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들이 민기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사실 민기는 그동안 자신의 모든 일정과 걸음을 이들과 맞추었다. 이들과 함께하는게 즐거웠기 때문에 사실 좀 무리를 했었다. 더 걷고 싶은 날이 있어도 같은 곳에 묵기위해 참았고 어느날은 조금 힘들더라도 더 걷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어가던 그 즈음. 민기는 이들과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이들이 싫은 것은 아녔다. 오히려 함께하는게 더욱 즐거웠다. 하지만 민기는 하루동안 이들과는 달리 꽤 긴거리를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이들과 헤어지기 싫어 늘 걸음을 맞추다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마음속에서 깊게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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