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몇시간을 달렸기 때문에 민기는 아저씨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이 곳까지 오게된 사연 역시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저씨는 한국에서 꽤 괜찮은 사업을 하시던 분이었고 두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보내놓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오랫동안 하셨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하던 중에 쓰러지게 되어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사업은 접게 되었고, 몸은 다행히 낫게 되었는데 그런 과정중에서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선 평소에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곳들을 트레킹 하기도 했고 이제는 본인이 꼭 와보고 싶었던 이 까미노라는 길을 걷고 싶어서 오게 되었다고 했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젊지만 왠지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민기였다. 20대 초반, 어려운 집안환경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대학교 다니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돈만 축낸다고 생각하고 뭔가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자신을 보며 스스로가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민기였기 때문에, 조금 더 가치있게 살아보고자 하는 이 아저씨의 결심이 새삼 민기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그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하고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기도 했다.
민기와 아저씨가 생장에서 내리려는데 저 멀리서 덩치가 큰 한국사람이 보였다. 여행지에서 한국 사람들은 어색하지만 결국 자연스레 모이게 된다.
서로 인사를 하고 우리는 까미노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무실을 찾아갔다. 민기는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금세 사라졌다. 왜냐하면 기차에서 내린 수많은 사람들이 다 한 방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그저 따라가보니 바로 그 곳이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들은 순례자여권이라는 종이를 받고, 그날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배정받았다.
늦게 도착한 편이라서 숙소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 곳이 남았다. 안내 받은 숙소에 들어간 민기는 굉장히 놀랐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오래된 나무들,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분위기들까지. 지어진지 100년은 넘은 것 같은 집이었고 고풍스러웠다. 민기가 바라던 소박한 유럽의 로망이었다. 오래되고 자연스러운.. 로컬한 느낌의 집이랄까? 엄청난 관광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의 유럽을 보는 것 같았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1층으로 내려왔다. 이 곳은 1층에서 주인이 만든 식사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있었다. 한국사람 셋이 앉게 되자 시선은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민기는 그 중에서 유일하게 20대였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서로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굉장히 친근했고 서로 이 곳에 오게 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샹그리아와 맛있는 스튜를 먹고 숙소에 올라와 일찍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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