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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로 가는 길(1)

 

 

오늘도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하루하루 멀어져가는 시간 속에서 민기는 아직도 표류중이였다. 또 그렇게 저물 것 같던 민기의 하루가 어느 특별한 계기를 통해 변해가게 된 것은 우연히 그 길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여느 하루와 같이 페이스북이나 뒤적거리며 그들의 잘난 일상과는 달라보이는 삶을 비난하며 일말의 패배감을 느끼던 민기는 스페인에 다녀왔다는 한 친구의 댓글을 보다가 멈칫했다.


까미노 갔었어?"

아니 가보고 싶긴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갔어

 

그 댓글을 보면서 민기는 '그게 뭘까?' 평소 여행에 관심이 많았기에 여행 같긴 한데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궁금했다. 인터넷을 켜고 검색을 해보는데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드에서 피레네 산맥을 걷너 스페인을 종단해 산티아고까지 가는 도보여행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왜 스페인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에 시큰둥하게 접어 두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왜 그렇게까지들 할까?라는 생각이 민기의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고생이지만 자신에게 정말 가치 있었다는 이야기들과 자신이 변했다는 이야기들이..이미 고민들 속에서 지친 민기를 잡아 끌었다. 무엇보다도 실컷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고 변하고 싶다는 생각과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제는 뭔가 한번 해내보고 싶어..’라고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민기는 마음속에 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의 어느 날 어디서 난 용기인지 훌쩍 배낭을 메고 파리로 떠났다


출발하기전에는 돈을 아껴보고자 중고로 배낭을 사려고 까미노 관련한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어떤 분께 연락이 왔었다. 쪽지를 보냈는데 확인을 안하는 것 같다며.. 그 분은 배낭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배낭을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본인 역시 그 길을 걸었는데 너무 좋았노라며, 꼭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다. 이런 호의를 받는다는 것이 민기에게는 그저 감사하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파리에 도착한 민기는 파리를 며칠간 여행하고 까미노를 시작하러 생장으로 떠나기로 했다. 기차역에 가보니 파리에서 생장가는 표가 다행히 원하는 날짜에 있었고, 그 표를 가지고 생장, 즉 까미노의 시작으로 알려진 마을로 가는 기차에 민기는 몸을 실었다. 생장으로 가는 길은 고즈넉했다. 복잡한 파리의 도심을 벗어나 점차 자연과 시골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민기의 같은 칸에는 등산복, 등산화, 배낭을 가진, 민기와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이 많이들 타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60대로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 한 분이 있었는데 서로 눈치만 보며 조용히 있다가 마침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까미노 가세요?”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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