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텍스트가 위주인 글이라 불편하신 분들도 있을 수 도 있다는 점을 먼저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제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게 되었던 계기는 군인 시절 여행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누군가의 SNS에서 까미노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여행에 관련이 있는 단어인듯 했고 그 무렵에는 여행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정보가 없어서 가리지 않고 더 많이 알고 싶던 때라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참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나서 까미노란 일반적으로 스페인을 걷는 도보여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까미노 후기를 보면서, 이 여행이야 말로 내가 정말 가고 싶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읽은 후기들은 매력적이고 개인적으로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여행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후기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는 후기들 말이죠.
단순한 트래킹만은 아니어보였습니다.
또, 저 같은 경우는 그 때 당시에 외국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생각을 나눠보고 유럽여행을 하더라도 약간은 로컬한 마을들을 많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또 한번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860Km라는 거리를 말이죠.
이런 복합적인 생각으로 까미노를 가게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했고 먼저는 약간의 유럽여행 후 파리에서 생장피에드포드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생장피에드포드로 가는 길에 한국분 두분을 만났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당시 저는 한국분들을 약간은 피하고 싶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외국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기도 했었고, 한국식 위 아래가 확실한 문화에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좋은 분들이셨고 저녁을 같이 먹고 숙소에 같이 머물게 되었습니다.
두분 중에 한 분은 연세가 있으신 아버님이셨고, 한분은 30대 중반정도 되보이는 분이셨는데 변호사를 하셨다가 잠깐 쉬는 중에 그 동안 와보고 싶었던 이 곳에 오게 되셨다고 했습니다. 연세가 있으셨던 아버님은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사업을 한참 하시다가 몸이 안좋아지시고 나서 삶을 다시 돌아보시게 되었고, 그 후로 이 곳 저 곳 여행을 다니시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두분들 이외에도 까미노에서 만난 인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늘 저를 가족같이 대해주셨던 이탈리아+스페인 연합 어르신 분들과 친구들 그리고 길위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스페인말로 안녕인 '올라'만 외치면 누구나 서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던 길 위에서의 순간들과 힘든 걸음을 마치고 숙소에서 만나면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런 시간들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느꼈습니다.
또 산티아고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여정속에서 산티아고에 다다랐을때 느낀 감정들도 기억에 남아요. 산티아고라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르면 어떤 성취감이나 해냈다는 마음이라던가 대단한 감정이 들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목적지에 다다를 수록 아쉬웠거든요. 왜냐하면 길 위를 걷는 어쩌면 별거 아닌 것 같고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이 하루 하루들이 행복했으니까요. 그래서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순간 끝이 난다는 걸 알았기에 목적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때서야 우리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지만,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 아는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때 느낀 이 생각은 살아가면서도 계속 저에게 도움을 주고 있네요.
저는 제 나름대로 방황도 해보고 상처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아닌 척 무던한 척도 해보고 나를 숨겨보려고도 했지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삐질 삐질 새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까미노를 걸으면서 사람들 속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서로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말이에요.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이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 속에서 말이죠. 그리고 아.. 나는 이렇게만 살아야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았는데.. 하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 속에 가두었던 저를 조금은 꺼내볼 용기가 생겼었던 것 같아요. 내 삶도 부족하긴 하지만, 소중한 하나의 존재라는 것도 좀 생각해보게 됬구요.
지금도 까미노를 떠나볼까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제 경험은 모두의 경험이 될 수는 없지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장문의 글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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